작년 10월, 국내에 첫 발을 디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식욕 억제와 체중 감량 효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온 약물인 만큼, 국내 출시 직후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부에서는 고가의 비용과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기존 치료로는 한계가 있었던 중등도 이상 비만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위고비의 작용 기전과 실제 효과, 그리고 기존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삭센다와의 차이점까지, 내과 전문의 윤해리 원장(수지베스트내과)의 설명을 토대로 자세히 살펴본다.

q. 위고비는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약물인가요?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성분으로 만들어진 약물인데요, 이는 우리 몸에서 원래 분비되는 glp-1(glucagon-like peptide-1)이라는 물질의 아고니스트 유사체입니다. 원래는 이 물질이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었는데, 당뇨 환자들에게 혈당을 낮추는 용도로 쓰이다 보니 체중 감량 효과가 너무 커서 이후 비만 치료제로도 개발된 약물이에요.

우리 몸이 음식을 찾고 먹게 되는 기전은 사실 꽤 단순합니다. 배고픔을 느끼면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그만 먹는 구조인데요, 이 과정을 아주 정교하게 조절하는 것이 바로 glp-1입니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분비됩니다.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도와 혈당을 떨어뜨리고, 위장 운동을 느리게 해 음식물이 장으로 천천히 이동하게 합니다. 즉, 소화가 느려지고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는 거죠.

위고비는 이러한 glp-1의 작용을 최대한 길게 연장시킨 약물입니다. glp-1 자체는 작용 시간이 몇 시간에 불과해 다음 끼니가 다가오면 다시 배가 고파지는데요, 위고비는 반감기가 약 170시간으로,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계속 배가 부른 상태가 유지되고, 딱히 밥을 먹지 않아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소화관 운동 역시 느려져서 포만감이 계속 유지됩니다. 실제로 단백질이나 고기 같은 음식을 먹게 되면 몇 날 며칠 소화가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하루 종일 약간 매스껍고 그득한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식욕이 단순히 배고픔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밤마다 야식이나 술을 먹지 않으면 우울해지는 것처럼 쾌감이나 중독에 의한 식욕도 존재하거든요. 위고비는 이런 중독성 식욕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위고비가 다른 비만 약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위고비는 기존의 다이어트 약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적은 편입니다. 과거의 식욕억제제와 같은 약물들은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감정 기복이 생기거나 불안, 손 떨림, 두근거림 같은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위고비는 이런 부작용이 거의 없고, 신경계에 부담이 적어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입니다. 또한 glp-1이라는, 우리 몸에서 원래 분비되는 천연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면서도, 그 효과를 훨씬 오래 지속시킬 수 있어 더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위고비는 수년간 다인종,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정성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된 약물이기도 합니다.

q. 기존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와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삭센다도 위고비와 같은 glp-1 유사체이긴 하지만, 효과의 지속 시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삭센다의 반감기는 약 13시간으로 하루 정도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매일 투여해야 하지만, 위고비의 반감기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약 170시간의 효과가 있으며, 주 1회 투여입니다. 투약 간격의 편의성 측면에서도 위고비가 훨씬 뛰어납니다.

무엇보다 체중 감량 효과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삭센다는 평균 7% 정도의 체중 감량을 보였고, 위고비는 평균 15% 정도의 체중 감량을 보였습니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감량 효과를 보인 것인데요.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위고비는 효능, 안전성,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모두 향상된 차세대 비만 치료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위고비는 처방 대상이 따로 정해져 있나요?
의학적으로 권장되는 처방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이어트를 시도하기 전에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 체질량지수가 27~34인 과체중 환자이지만 한 가지 이상의 비만 관련 동반한 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는 경우입니다. 또한 확정된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서 bmi 27인 경우, 체중을 감량하고자 할 때 추천됩니다.

q. 위고비를 사용할 때 기대되는 체중 감량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위고비는 총 다섯 개의 용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0.25, 0.5, 1.0, 1.7, 2.4mg을 각각 4주 간격으로 16주간 사용하게 되면, 최대 용량인 2.4mg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후 이 용량으로 최장 1년까지 유지 요법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5% 이상의 체중 감량이 있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10%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는 10명 중에 7명 정도였으며, 1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는 10명 중에 5명 정도로 보고됩니다. 20% 이상의 체중 감량도 10명 중 3명가량의 데이터가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결과는 단순히 약물만 사용한 경우가 아니라, 적절한 식단 관리와 주 150분 이상의 신체 활동을 함께 병행한 연구 조건에서 얻어진 수치입니다. 따라서 위고비의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