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서 실내외 온도차가 커지고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며 비염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단순 감기나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여기지만 알고 보면 비염과 만성 코막힘, 코골이의 뿌리 깊은 원인이 '비중격만곡증'일 수 있습니다.

우리 코 안에는 양쪽 콧구멍을 나누는 얇은 벽 즉 '비중격'이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이 비중격은 코의 중앙에 수직으로 위치해야 하지만 외상이나 선천적인 이유로 비중격이 한쪽으로 휘어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비중격만곡증'이라 합니다. 실제로 비중격 만곡의 비율은 남성 78%, 여성 68% 정도로 대부분은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특정 각도 이상으로 휘어질 경우 코막힘, 부비동염 등의 기능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휘어진 코뼈가 비염 불러… "약으로 해결 안 되는 코막힘의 원인"

비중격이 휘어지면 단순히 한쪽 콧구멍이 좁아지는 것 이상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콧속에는 '비갑개'라는 선반 구조가 양옆에 위치하여 이물질이 닿으면 점막에서 콧물을 만들어 이물질을 걸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비중격이 휘어져 코 선반에 계속 닿아있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코 선반은 닿아있는 비중격을 우리 몸속 구조물인데도 불구하고 외부 자극 또는 이물질로 잘못 인식을 하게 되어 점점 커지게 되는데, 이 상태를 '비후성 비염'이라고 합니다.

비후성 비염은 단순히 콧물이 나오는 정도를 넘어, 숨 쉬는 공간이 좁아져 코가 막히게 되고,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코골이와 수면의 질 저하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흔히 알려진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등 특정 항원에 의한 면역 반응이며 약물로 조절 가능한 증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중격 만곡증과 같이 구조로 인한 문제는 약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비중격 교정술' 이라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비중격 교정술은 휘어진 비중격을 바로잡아 코의 통로를 넓혀주는 수술로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방식으로 진행되며 회복도 빠릅니다. 수술 후에는 비강 내 공기 흐름이 개선되고 비후된 점막도 점차 정상 상태로 돌아옴에 따라 만성 코막힘, 코골이, 후비루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됩니다.

의사가 직접 받은 수술, "통증 거의 없고, 회복 빨라"
저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이지만 동시에 비중격만곡증 수술을 직접 받은 환자이기도 합니다. 수면마취 없이 국소마취로만 진행하여 수술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했고 많은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수술 후 실제 상태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수술하면 많이 아프지 않나요?
a. 통증은 거의 없습니다. 수술 중은 물론 수술 후에도 통증은 거의 없으며, 욱신거리는 정도만 일시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q. 거즈 수십 개를 넣는다던데요?
a. 지혈을 위한 거즈는 1~3개 정도로 최소한이며, 거즈 제거 시 통증을 줄이도록 수술 부위에는 실리콘 시트도 함께 부착합니다.

q. 수술 후 숨 못 쉰다는데요?
a. 숨을 못 쉬는 건 단 하루뿐이며, 수술 후 부작용 예방과 지혈을 위해 거즈 등으로 코 내부를 막아두지만 수술 다음 날 거즈를 제거하면 대부분 코로 시원하게 숨을 쉴 수 있습니다.

q. 재발 가능성이 크다던데요?
a. 비중격을 이루는 뼈와 연골을 잘 제거해야 하는데, 비중격의 휘어있는 위치와 뿌리까지 정확히 교정하면 재발 위험은 매우 낮습니다.

q. 알레르기 비염도 수술로 낫나요?
a. 알레르기 비염은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하지만 비중격만곡증으로 인한 증상이 호전되면 알레르기 증상도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잦은 코막힘·코골이, 방치하면 삶의 질 무너져
단순한 코막힘으로 여겼던 증상이 알고 보면 구조적 문제일 수 있습니다. 비중격만곡증은 외부에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방치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입니다.

아침마다 답답한 코막힘, 밤마다 반복되는 코골이와 피로감, 지속되는 콧물과 후비루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으로 넘기지 말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조적 문제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 없이는 자연적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